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사진 한장,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특별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동자동 작은 공원 입구에 놓인 구식 난로 하나, 연탈불로 덥히는 난로 위에는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주전자가 놓여 있어서, 지나는 이들에게 눈인사를 건넵니다. 행여나 눈이나 비를 맞을까, 난로 위에는 까만 우산 하나가 놓여있는 소박한 풍경이지요.
오랜 세월 동안 연탄불은 1년 365일 하루도 꺼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하는데, 사연은 무엇일까... 알고 보니 연탄불의 주인은 길 건너, 간판 없는 구멍가게의 주인 할머니였습니다. 광주가 고향인 여든아홉의 할머니는 300원짜리 봉지커피와 컵라면을 팔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물을 끓여왔습니다. 채 동이 트기도 전에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과 시퍼런 새벽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커피.
가장 매서운 한파가 찾아온 오늘 새벽에도 할머니는 어김없이 연탄불을 피웠고, 사람들은 연탄불로 데운 300원짜리 커피와 컵라면으로 차가운 마음을 녹였을 것입니다.
그 따뜻함의 가치를 모두가 알고 있기에 거기서 나온 연탄재 누구도 함부로 차버린 적 없었겠지요.
가파르게 내려간 기온 탓인가, 가난이 불러온 소식들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달방'이라 불리던 곳에서 끝내 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 목숨을 잃은 쪽방촌의 주민, 고마웠던 집주인에게 편지와 전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노인의 사연까지...
한 편에선 수억대의 특활비 논란이 무성한 가운데,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짙게 드리워진 가난의 그늘... 1년 365일 하루도 꺼지지 않는 동자동의 그 연탄불은 그래서 세상을 향해 질문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지금 풍요로운가... 아니면 허허로운가...
"한 장의 연탄으로 저리 곡곡을 내리던 대설과, 저리 얼던 수도의 결빙을 견뎌본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박민규/연탄>
"우리는 누구나 한 장의 연탄이다. 그 온기를, 지금 당신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있는가."
오늘은 겨울 중 가장 차가웠던 날. 신 새벽 엄동설한에 연탄불 위 커피를 기다리며 줄 섰던, 여든아홉 할머니의 이웃들에게.. 오늘의 앵커브리핑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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